✦ 인터뷰어/편집. 엠프티폴더스 김소정

✦ 인터뷰이/사진. 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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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신지혜입니다. 건축학을 전공했고 건축 설계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빠가 지은 집에서 태어나 지금은 열두 번째 집에서 살고 있어요.

열두 번째 집 이야기는 《0,0,0》 책에서 못 봤던 것 같아요. 어떤 집인가요?

책에는 열한 번째 집까지만 실려 있어요. 열두 번째 집은 열한 번째 집이랑 같은 동네에 있어요. 4년 사이에 전셋값이 많이 올라서 역에서 더 멀고 더 높은 곳으로 갔죠. 처음 본 날 마음에 들어서 바로 계약했을 만큼 정말  좋아요. 1977년에 지어져 44년 된 연립 주택이고 세대 모두가 2층이고 다섯 세대가 붙어 있어요. 1층엔 주방이랑 창고, 2층엔 공부방이랑 침실이 있어요. 집에서 나오면 바로 외부라 집 앞에 화단도 가꿀 수 있고요. 재미있는 구조의 집이에요.

작가로서의 신지혜는 어떤 사람인가요?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네요(웃음). 저는 우연히 글을 쓰게 됐어요. 제 첫 번째 집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는데, 어떤 분이 본인이 살았던 첫 번째 집 이야기를 제게 보내주셨어요. 제 글을 읽고 첫 번째 집 생각이 났다면서요. 그때 처음으로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서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구나, 글을 쓰게 만들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있어요.

왜 ‘집 이야기’였나요?

건축학과 특성상 친구들과 모여서 밤샘 작업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맨날 우리 집에 같이 있던 애들이 졸업하면서 다 취업하고 유학 가고 하니까 갑자기 혼자 집에 남게 된 거예요. 그때 그 반지하 집에서 ‘이 세상에 나를 붙잡아주는 게 하나도 없네. 내가 아무리 흔들려도 나를 붙잡아주는, 배로 치면 닻 같은 그런 게 없어서 내가 이렇게 불안정한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나에게 닻은 뭘까? 가족은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사람은 아니었어요. 어쩌면 집이겠구나.’ 깨달았죠. 그래서 이런 생각들을 블로그나 트위터에 쓰면서 불안정한 마음을 해소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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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그 블로그 글들이 작가님의 첫 책이 된 건가요?

네, 첫 집 이야기만 블로그에 썼고, 상수동 이리카페에서 ‘월간 이리’라는 무가지를 만들고 있었어요. 2014년쯤이었을 거예요. 제가 살았던 집 이야기를 연재할 수 있을지 메일을 보내봤는데, 다행히 좋다고 해주셔서 그때부터 회사 다니면서 한 달에 한 편씩 ‘월간이리’에 연재했죠.

원래 책으로 만들 생각이었나요?

연재가 끝나면 책으로 만들 생각이 있긴 했는데 조금 만들어서 친구들한테만 나눠주려 했어요. 그때쯤 우연히 더쿠 작가님을 알게 되면서 그분이 독립출판을 권했어요. 덕분에 독립서점에 입고도 하고요.  2015년만 해도 집이나 건축 이야기가 독립출판 쪽에 거의 없어서인지 책방 사장님들이 《0,0,0》을 되게 좋아해 주셨어요. 사장님들이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주셔서 초판 300부가 금방 다 팔렸거든요. 그래서 독립출판이 원래 이렇게 잘 팔리는 줄 알았어요(웃음).